어제도 우리 일유달팸 몇명이랑 일요일의 늦은 오후를 만끽하고 있었는데...... in Koenji
커피를 한 잔 마시고, 그리고 다시 상점가로 나서는 길에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화려한 남자,
나도 면식이 있는 얼굴인 듯 한 생각이 들어 잠시 눈을 마주치나 금새 떠오르지 않아 그냥 지나치려
하는데 "**형?" 하고 한국어로 말을 걸어오다.
응?
누구지... 하고 3초동안 내 뇌세포 속 기억을 활성화시키는 신경들이 활발히 움직인 결과, 찾아냈다.
때를 거슬러 올라가 2003년....2004년이던가....
당시 한.일교류회의 운영진&사회자를 하고 있던 나, 당연히 수많은 한국인들과 일본인들 사이에서
살았는데... 컴퓨터가 아닌 사람인지라 모두를 기억하는 것은 無理. 하지만 분명 어떤 impact를 통해
내 머릿속에 박혀 있는 아이들도 있다. 그 중 하나였던 듯, 내가 2초안에 기억해 낸 것을 보면...
홋카이도...라는 키워드로 그를 기억해냈다. 일본유학을 위해 홋카이도로 길을 떠났던 그 아이는,
내 머릿속에서는 짧은 머리에 청바지&면티셔츠를 입고 있는 아이인데...지금 내 눈앞의 아이는...
검정 페도라, 레오파드패턴 베스트, 팬던트가 화려한 금목걸이, 그리고 레이어드해서 찬 팔찌들....
배기진에다가 화려한 장식이 박힌 로퍼, 거기다가 베스트와 맞춘 듯한 레오파드패턴 가방을 들고있다.
누구냐 넌....
"내가 기억하는 넌 이런 애(?)가 아니었는데 말야...원래 이런 데 관심있었어?"
"예, 저 원래 패션쪽 관심있었어요. 그 땐 공익 할 때였거든요..."
아뿔싸, 군대구나! 현역과 비교할 건 아니지만, 공익도 군인이고 개인의 개성따위 모두 무시당하고 말지.
그 때 기억밖에 없으니, 내가 널 못알아봤을 수 밖에. 눈웃음 찰찰 넘치는 작은 눈 아니었음 못알아볼뻔 했다.
어패럴 계열에서 일을 하고 싶어 동경으로 나왔단다. 거기다 사는 곳은 코엔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샤레시군요!
그렇게 몇분간 이야기를 나누고, 명함을 한 장 쥐어주고 나중에 밥 먹자는 상투적인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한국에서 잠시 만나 홋카이도로 떠난 아이를, 이 넓은 일본 땅에서 그것도 우연히 만나다니....특히나 우연한
만남이 잦은 나, 절대 나쁜 일을 해서는 안되고, 누구에게 원한을 사도 안 되겠다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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