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Copper>화투나 골패와 비슷한 카르타라는 노름이 있다. 어원이 포르투칼어라니까 그 쪽에서 전해진 모양인데, 1에서 10까지의 숫자가 쓰인 카드로 여러 게임을 한다. 그 중 삼마이(三枚) 카르타는 3장의 패를 뽑아 합이 9가 되면 최고로 친다. 운 나쁘게 8.9.3석장을 쥐면 최악의 케이스, 8과 9와 3, 일본어 발음으로 각각 야(や). 쿠(く). 사(さ)로 시작되는 탓에 '야쿠자'로 뭉뚱그렸다.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는 뜻이다. 그것이 폭력배를 지칭하는 은어로 변한 뒤 지금은 보통명사로 굳어졌다.

야쿠자의 근원은 에도(江戶)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마피아들의 패밀리처럼 누구누구일가라는 명칭아래 거드럼을 피웠다고 한다.
그것이 후대로 내려오면서 무슨무슨 구미(くみ/組)나, 어떤 어떤 가이(かい/會)로 바뀌었다.


오늘날 일본의 폭력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야마구치구미(やまぐちぐみ/山口組), 이나카와가이(いなかわがい/稻川會), 스미요시가이(すみよしがい/住吉會)에서 보듯이, 흥미로운 점은 산하 조직을 포함 3천여 단체에, 10만명 가까운 조직원을 거느린 이들 야쿠자가 버젓이 간판을 걸고 영업을 한다는 사실이다. 고베(こうべ/神戶)에 본부를 둔 야마구치구미가 몇 년전 고베 지진때 조직원을 재해지역으로 출동시켜 구호활동을 벌인 것도 공개적인 활동의 일환이다.

그런데 문제는 야쿠자들이 뒷구멍으로 벌이는 비공개 사업이다. 연간 1조엔이 넘는다는 사업의 내용은 공안당국이 공포해 둔 단속 지침을 살피는 편이 빠른다. 약점을 이용한 금품요구, 기부강요, 하청 및 납품강요, 부당한 융자요구, 고리대금 강요, 명절인사 강요 등등이고, 마약이나 밀수에 손을 댄다는 설도 있다.
한가지 신통한 구석은 있다. 내분이나 구역다툼으로 발생하는 자기들끼리의 총질에 휘말려 간혹 날벼락을 맞는 수도 있는나, 여간해서 서민들을 건드리지는 않는다.

근대에 들어와서 일본야쿠자의 조직적 규율은 이탈리아의 마피아 조직 못지 않게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나쁜 것은 빨리 받아들인다고, 한국이나 대만에는 일본의 야쿠자를 흉내내는  깡채 조직이 있다. 그런데 일본의 야쿠자 조직은 옛날의 사무라이와 성격이 매우 비슷하다. 충성과 의리를 중요시 하며, 자신이 실수나 잘못을 했을 때 손가락을 단도(短刀)로 잘라 반성표시(사무라이에서는 활복자살)를 하는 것 등이 흡사하다.
요즈음에 와서는 권총이 그들의 보편화된 무기로 등장했지만 그러면서도 필수적으로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이 단도이다.

야쿠자들을 보면 오야붕(おやぶん/親分)이 출입을 할 때, 검은 양복을 입은 고붕(こぶん/子分)들이 100m이상 열을 지어 90도로 허리를 굽혀 맞이하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가 있다. 그들의 정신적인 무장에는 사무라이들의 정신세계를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
야쿠자의 오야붕은 무사계급시대의 영주같고 고붕들은 바로 무사와 비교할 수 있다.

상전을 위해 죽는다는 것은 어쩌면 '고결한 책임완수'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일본인들은 죽음에 대해 한국인처럼 그다지 극단적인 감정을 품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