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술문화

신지[神事]에 있어서의 술

밤이 되면 번화가와 역의 홈, 등의 거리 여기저기에 술에 취해 앉아있거나, 벤취에 누워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대단히 평범한 샐러리 맨, OL, 그리고 학생들의 모습도 있고, 주위의 사람들도 약간 눈살을 찌푸릴 뿐, 그것을 지나치게 나무라지는 않는다. 이것은 일본인들이 음주와 취한 후의 행동에는 관용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본인들의 음주에 대한 의식은 어디서 유래된 것일까?
일본에 있어서의 음주는 원래, 「신지[神事]」 즉, 「마쯔리[祭り]」가 있을 때, 모두 모여 술을 마셨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것은 신[神]이 강림한 술을 통해서, 사람들과 교류하고 일체가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서는 술을 맛보는 정도가 아니라 취하는 것이 중요했고, 그것도 몸을 못가눌정도로 취함으로써 비로소 취기에 기분이 좋아지는 모습이 되는 '신인합일[神人合一]의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취하지 않았더라도 취한 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지[神事] 이외의 일로 술을 마실 때도, 어떤 의식, 행사, 하례 모임을 할 때에 신지[神事]의 풍습을 본딴 연회의 형태로 모두 모여서 마신다. 결국, 음주는 '일상적인 행위(ケの日の行爲)'가 아니라 '비일상적으로 특별한 행위(ハレの日の行爲)'이고, 집단적으로 행하는 것이고, 역시 전원이 만취할때까지 마시는 행위였다. 따라서 취해서 기분이 좋아진 모습은 나쁜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고, 오히려 환영받을 만한 행위로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술과 커뮤니케이션

근세 이후, 츠쿠리사까야[造り酒屋]1의 술이 상품으로써 시장에 나오게 되고, 또한 명치[明治] 19년에는 병에 담겨진 술도 팔리기 시작함으로써 술은 친근한 기호식품의 하나가 되었다. 음주는 일상적인 행위가 되었고, 가정에서 식사할 때의 '반샤꾸[晩酌; 반주]'나 자기전에 마시는 술인 '네자케[ねざけ]' 등을 맛보고 즐기는 행위도 보편화 되었다. 그러나, 또한 한편으로는 '요리집'이나 '이자까야[居酒屋]' 같은 소위, 술집들이 수없이 생기고, 그런 장소에 모여서 술을 마시는 일도 성행하게 되었다. 음주는 신과 사람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했던 행위로부터,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하고,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행위로 변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인의 음주행위의 특질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일본에서는 모여서 술을 마실 기회가 많다. 망년회, 신년회, 송별회, 환영회, 사원[社員]여행에서의 연회, 등 온갖 형태로 집단적으로 술을 마신다. 이러한 연회에는 신지[神事]의 구성요소의 하나였던 '부레이꼬우[無禮講]2'라는 형식이 꼭 따르게 마련이다. 신지[神事]는 「기레이[儀禮; 의례]3, 나오라이[直會]4, 부레이꼬우[無禮講]」의 3부로 구성이 되지만, '부레이꼬우[無禮講]'는 마쯔리[祭り]의 제일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술에 취해 기분이 좋아진 상태가 된 동안에 신이 강림해서 사람과 일체가 되어, 인간세상의 상하관계와 예의 등의 규칙이 미련없이 버려지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현대의 연회는 신을 맞이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평상시의 상하관계와 '기레이[儀禮]'를 잊고, 일상성으로부터 해방된 마쯔리[祭り]적인 공간을 공유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장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그 때에는 흔히 '내가 주는 술은 못마시겠다는 거야?'라는 식의 술을 강요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행해진다. 술을 못마시는 사람에게까지 음주를 강요하고, 특히 참가자 전원이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가 있다. 이것은 마쯔리[祭り]를 행할 때의 술이 신을 맞이하는 수단이었고, 누구도 사양할 수 없는 것이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끝까지 사양하면 '붙임성이 없다.'라든지, '자리의 흥이 깨진다.'라면서 비난받게 된다. 일본인의 특질의 하나로 일컬어 지는 '집단주의'가 음주 행위의 측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술이 일으키는 폐해

이와 같은 일본인의 음주에 대한 성향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예를들면, 매년 봄이 되면 대학생들의 신입생 환영회로 급성 알코올 중독에 의한 사망자가 생기는 일이 뉴스화 되지만, 그것은 거의가 많은 양의 술을 단숨에 비워 마셔버리는 '잇끼노미[一氣のみ]'의 결과이다. '잇끼, 잇끼[一氣, 一氣]'라고 주위사람들이 큰소리로 외쳐대면서 죽을 정도로 술을 먹여버리는 것이다. 또한 수많은 주류 자판기가 가두에 설치되어 누구라도 쉽게 언제라도 술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그 때문에 청소년층까지 음주가 확대되어 알코올 의존증이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외국인들에게까지 음주를 강요하기도 하고, 술마시는 자리라고 해서 무례한 질문을 하게 되는 일이 있으면, 비난을 받게 된다. 이슬람교에서는 음주를 금지하고 있는데다, 경건한 불교국가에서도 만취하는 것에는 저항감이 있다. 서양에서는, 가령, 술을 마셨다고 해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수 없는 사람은 비난받는다. 또한 접대, 요정 정치와 같이 술좌석에서 일 이야기를 하는 습관도 이해되기 힘든 것이다. 문화배경이 다른 사람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은 요즈음, 일본인들의 술에 대한 접근 방식도 당연히 바뀌어 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참 고

1: 술을 양조하여 파는 가게
2: 신분이나 지위의 상하구분없이 마음놓고 즐기는 주연[酒宴]
3: 의례
4: 음복[飮福] 잔치; 제사지낸 제수(술과 음식)로 베푼 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