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일본어를 배우면서, 혹은 일본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한번 쯤은 이런 의문을 가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본의 일반 가정에선 어떤 걸 먹을까?"

이런 의문조차 갖지 않았다면, 일본인들이 매일 미소시루(みそ汁), 사시미(刺し身), 스시(すし), 텐뿌라(てんぷら), 소바(そば), 야끼자카나(やき魚), 스키야끼(すきやき), 샤부샤부(シャブシャブ), 돈부리(どんぶり） 같은 와쇼쿠(和食)로 끼니를 때운다고 스스로 단정지어 버린채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껏 알아왔던 것처럼, 아직도 일본가정에서의 주식은 역시 쌀밥이지만, 적어도 현대의 일반 일본가정에서는 와쇼쿠(和食)에 서양요리, 중화요리, 등 외국의 음식이 섞여있는 즉, 와요셑츄(和洋折衷)의 식단으로 많이 바뀌어 있고 이런 현상은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따라서, 빵과 서양식 면류도 외식용이 아니라 주식으로 당당히 자리잡아가고 있는 상 황이다. 적어도 이제는 전문요리점이 아니라면 진짜 와쇼쿠(和食)만으로 꾸며진 식탁이란 것은 옛말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일본 가정에선 어떤 것들을 먹고 있는 것인가?

우선, 구체적인 식단을 알아보기 전에 '일본가정의 먹거리(Ⅰ)'에서는 Warming-up 하는 기분으로 북해도에 살고 있는 요꼬하마출신 시라타 아야 씨의 어느 하루 식단을 살펴보기로 하자.

아침: 토스트, 치즈를 넣은 달걀오믈릿, 오이와 아스파라거스가 들어있는

샐러드, 커피

- 샐러드의 드레싱: 와후(和風)드레싱인 쇼유(しぉうゆ)드레싱 사용.

점심: 히야시츄우까(冷やし中華）

- 히야시츄우까(冷やし中華): 면을 데친후 차가운 물로 씻어서 차갑게 식히고, 수분을 제거하고, 살짝 구운 달걀, 햄, 오이채 등의 고물을 얹어 고마다레(護摩垂れ)라는 참깨소스와 초간장을 쳐서 먹는 분식.

저녁: 밥, 토코로뗑(ところてん), 오징어젓갈(いかの 　辛), 낫토(納豆), 버섯미소시루(きの こ みそ汁), 롤캬베츠(ロ-ルキャベツ)

-토코로뗑(ところてん): 天草라고 불리는 海草를 푹 삶아 흐물흐물하게 한 것을 굳혀서 면처럼 만들어 카라시쇼 유(芥子しぉうゆ; 겨자간장)를 쳐서 먹는 음식.

-낫토(納豆): 콩을 발효시켜 끈적끈적하고 먹을 때 질질 늘어지게 만든 음식. 냄새는 마치 우리나라의 청국장과 비슷하지만, 일본인들이 무지무지 좋아함,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어떤 일본인은 낫토가 먹고 싶을 때, 청국장 을 사먹는 것을 보기도 했음.

-롤캬베츠(ロ-ルキャベツ): 한국에서 양배추 쇠고기말이라고 알려져 있는 음식. 먼저 양배추가 찢기지 않게 잘 펴서 데친 것에 다진고기와 양파를 넣고 싼 것을 콘소메(コンソメ)라는 스프와 캐첩으로 바싹 졸여서 맛을 냄.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시라타 아야 씨의 식단도 와요셑츄(和洋折衷)임을 알 수 있다.

여담이지만, 한국에서는 자장면을 시키면 타꾸앙(たく庵), 양파, 그리고 김치가 나온다. 그렇다면, 시라타 아야 씨가 먹은 점심 메뉴, 히야시츄우까(冷やし中華)를 주문하면 타꾸앙(たく庵)이 나올까? 답은 '당연히 나오지 않는다'이다. 한국의 중국집이 아니니까.

그러고 보면, 한국의 자장면은 정말 다국적 퓨젼음식이다. 원래는 중국 산둥성 음식이었던 갈색소스의 음식이 한국에 와서 감자와 양파가 들어가 단맛을 내고 또 일본의 반찬인 다꾸앙까지 곁들여졌으니 말이다. 포크커틀릿(pork-cutlet)을 변형시킨 돈카츠(どんカツ)나 원래는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たく庵) 프랑스 요리인 크로켓에 고기를 넣고서는 코로케(コロッケ)라는 일본 음식이라고 한다면 마찬가지로 자장면도 우리음식이 되는 셈인가?



자료출처 : 카페-먼日本이웃日本